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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끔 그런 날이 있다.
어떤 이야기를 해도, 말이 안 닿는 느낌.
마치 벽에 대고 말을 거는 것처럼
내 말이 어디에도 흡수되지 않고 공중에 떠버리는 날.
같이 사는 사람인데도
하나부터 열까지… 아니, 그보다 더 많은 걸
하나하나 알려줘야 할 때가 있다.
정말 서글퍼진다.
‘내가 지금 누구한테 이렇게까지 설명해야 하는 거지?’
그 상대가 바로 옆에 사는 사람일 때, 그 씁쓸함은 배가 된다.
요즘 그런 순간이 자주 온다.
공휴일인데 혼자 일하는 날,
혼자 책임지는 기분이 들 때,
누군가는 “그냥 즐기면 되지”라는 말로
나의 고민을 툭 잘라버릴 때.
그리고 무심코 하는 말 한마디.
“그게 뭐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야?”
그 말은
내가 느끼는 감정을,
내가 지금 감당하고 있는 무게를
단숨에 지워버리는 말이 된다.
말이 안 통하는 날은
내가 말하지 않기로 다짐하는 날이기도 하다.
말해도 닿지 않는다면,
그 에너지마저 아까워질 때가 있다.
하지만 또 그럴 수 없다.
내가 계속 말하는 이유는
혹시라도 언젠가
그 벽에 작은 균열이라도 생기길 바라는 마음 때문일까.
결국 우리는 다들,
들리지 않더라도 말해야 하는 날들을 살고 있는 것 같다.
그리고 그런 날,
내가 나 자신에게 가장 먼저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 배운다.
#말이안통할때 #결혼생활 #말하지않는연습
#내마음돌봄 #감정노동 #혼자애쓰는중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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