큰 아이 중학교 졸업 후
고등학교 입학 전
아이가 일본 선교를 떠나게 된 것이었죠.
기쁜 마음과 함께 솔직한 고백으로는
걱정과 두려움도 많았습니다.
낯선 땅, 낯선 사람들,
그리고 아직은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
복음을 전하겠다는 길이
과연 얼마나 무겁고 외로울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기에
기도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.
그 시기에 제 손에 들어온 책이 있었습니다.
바로, 엔도 슈사쿠의 『침묵』.
📖 『침묵』은
박해받는 일본의 신자들과,
그들을 돕기 위해 찾아간 포르투갈 선교사들의 이야기입니다.
믿음을 전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온 그들은
잔인한 현실 앞에서
절박하게 기도하지만…
하나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십니다.
그 침묵 앞에서 흔들리는 믿음,
그리고 끝까지 신앙을 지키고자 하는 처절한 고백들.
책을 읽으며
그들의 ‘믿음’과 ‘고통’이
곧 제 ‘기도’와 ‘현실’처럼 느껴졌습니다.
아이를 일본으로 보내던 그 시간,
저도 하나님의 침묵을 느꼈습니다.
아무 응답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고,
그저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.
그때 만난 문장이 있었습니다.
“나는 침묵하고 있었다.
그러나 나는 너와 함께 고통받고 있었다.”
그 한 줄에 마음이 무너졌습니다.
아, 하나님은 정말 침묵하신 게 아니었구나.
그저 말씀 없이,
조용히 제 곁에서,
제 두려움과 아픔과 함께 울고 계셨던 거였구나.
그리고 또 하나,
잊히지 않는 고백이 있었습니다.
“나는 여기서 끝없는 구원을 얻도다.
지금부터 하나님을 위해 죽는 자...”
이 말은 단순한 순교의 선언이 아니라
자신을 내려놓고 하나님을 선택하는 믿음의 결단처럼 다가왔습니다.
내 뜻이 아닌 주님의 뜻을 따라가겠다는 고백.
어쩌면 아이를 보내며 제 안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가
바로 이 ‘작은 죽음’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.
📌 그때 저는 배웠습니다.
믿음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,
흔들려도 다시 하나님을 붙잡는 것.
하나님의 침묵은 부재가 아니라
가장 가까운 동행의 표현일 수 있다는 것을요.
『침묵』은
그 시절의 저를 위로해주었던 하나님의 메시지였습니다.
지금도 누군가
기도하고 있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시간 속에 있다면
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하고 싶습니다.
🌿
오늘도 하나님의 조용한 위로가
우리의 하루 가운데 깊이 스며들기를 소망합니다.
– 소란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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